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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한줄.
내가 오락실에서 본 일이다.
왠 소년 하나가 스트라이커즈 1945-2 기계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보여주면서,
"황송하지만 이 기록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봐 주십시오."
하고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같이 갤러리의 입을 쳐다본다.
갤러리는 소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기록을 보더니 "좋아요." 하고 말해준다.
그는 "좋아요."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레버를 잡고 절을 몇번이나 한다.
그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게임을 하다니 다른 갤러리를 붙잡고 레버에 손을 얹고 한참이나 꾸물거리다가 그 기록을 보여주며,
"이것이 정말 스트라이커즈 1945-2 노 미스 올클리어 기록이더이까?"
하고 묻는다.
그 사람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기록을 어디서 사기쳤어?"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럼 빈자리에서 이름을 새겼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기록에 이니셜을 빠뜨립니까? 빠뜨리면 사람들이 안 새기나요? 어서 확인해 주십시오."
소년은 화면을 보여줬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전원스위치를 끄지 않았다.
그는 얼른 전원스위치를 손으로 가리고 황망히 간수한다.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며 얼마간을 그러더니 별안간 우뚝 일어선다.
서서 그 기록이 지워지지나 않았는가 확인하는 것이다. 조이스틱 버튼과 레버에 의해 굳은살 박힌 손바닥이 모니터 위로 그 기록을 확인할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간을 플레이하다가 오락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스코어화면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점수벌이를 도와줍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뻗어 전원스위치를 지켰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오락기를 들고 달아나려 했다.
"염려 마시오. 전원 끄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점수불리기 2P동전러쉬를 친 것이 아닙니다. 빈자리에서 이니셜만 새긴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올클 기록을 줍니까? 2P플레이 도움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컨티뉴 하라고 백원 주시는 분도 백에 한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용돈도 없으면서 백원에 한판씩 노 컨티뉴로 조금씩 실력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실력으로 1주 랜덤면을 넘기고 1주를 클리어 했습니다. 이러기를 수백차례 하여 겨우 이 귀한 올클 기록 한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기록을 얻느라고 6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기록을 세웠단 말이오? 그 기록으로 에네스씨를 굴복시키리오? 송문헌씨를 좌절시키리오? 메슈마로씨를 이긴단 말이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기록, 이 올클기록 한줄이 가지고 싶었습니다."
# by 사미오빠 | 2005/06/21 01:15 |
사미주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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